[창세기] 2. 카인하고 라멕 뭔데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는 카인과 아벨을 낳았다.

야훼는 아담을 내쫓으면서 땅에서 난 낟알을 먹으라느니 푸성귀를 먹게 될 것이라느니 흙에서 났으니 흙을 갈아야 한다느니 하는 등, 메인 직업으로 농사를 지어야만 할 것 같은 암시를 엄청 풀풀 풍겼었다.

그래놓고 농사꾼 카인의 제물은 안 받고 양치기 아벨의 제물만 받음 <- ?

왜 이렇게 또 설정 구멍이 났나 생각해보니까, 에덴 신화에 등장한 신의 정체성은 ‘농업민들이 창작한 신’이었던 것 같음.

멀리 갈 것도 없이 오랫동안 농경 사회였던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지역에서 언급되던 창조 신화였다던가. 에덴의 위치 자체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과 관련있다는 사실도 너무 수상함 ㅋㅋ

생각해보니 아담이란 말 자체가 붉은 흙, 토양에서 왔는데, 흙을 반죽해서 뭘 창조한다는 사고방식이 상당히 수메르적인 듯. 기록을 위해 수없이 많은 점토판도 만들고, 햇빛에 건조한 점토벽돌로 지구라트나 가구 등도 만든 수메르인이 상상했을 법하다.

여튼 빡친 농민 카인이 동생을 쳐죽인다. 이에 야훼는 땅이 마신 아벨의 피 때문에, 더 이상 농사의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방황하는 벌을 준다. 또 거주 구역에서 내쫓은 것이다.

형, 우리 어디 가? 어 좋은 곳

Cain Leadeth Abel to Death, Artist: Tissot, Photographer: John Parnell, Photo © The Jewish Museum, New York

카인이 ‘방황하다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들까봐 무섭다’ 라고 하자, 야훼는 널 죽이는 놈은 7배로 벌을 받을 것이라며 안심시킨다. …? 살인한 덕에 남들보다 목숨이 7배 귀해진 매직?

그나저나 카인과 아벨이 최초 인류의 자식인데, 카인을 죽이려 드는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가? (에덴에서 흘러나온 티그리스강이 일정한 기간 동안 번성하고 사라진 ‘아시리아’라는 나라 옆을 흐른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이미 아담과 하와가 인류 최초의 인간이 아니란 정황 증거이긴 했다.)

카인과 아벨 이야기는 뭔가… 오래 전에 부족민들의 전쟁 얘기가 신화처럼 변형된 그런 형태 같다. 뭐 예를 들어 돌아다니던 양치기 부족이 농사짓는 마을 근처로 와서 양이니 염소니 잔뜩 풀어놔서 남 농사 지어놓은 거 뜯어먹고 댕기게 놔뒀다가 농사꾼들에게 맞아 죽었다거나…

좀 더 상상을 전개해보자면… 거 좀 짐승 좀 잘 관리하거나 떠나달라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남 제사 방해하고, 지네만 양 잡고 제사 지내고 술 먹고 밤새 놀고 시끄럽고 해서 빡쳐서 농민들이 나서서 다 때려잡은 게 아닐지… 사람들 죽고 뛰어다니느라 곡식 다 밟고 그 위에 피 뿌려지고… 올해 농사는 망쳤고… 다른 양치기 부족들이 복수하러 올 것 같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거주 구역을 떠난 거 아닌가… (망상)

여튼 그렇게 방황하는 벌 줬다면서 카인은 에덴 동쪽 놋땅에서 삼ㅋ 멀리 안 감ㅋㅋ
에덴 동쪽이면 케루빔 천사들이 지키라는 에덴은 안 지키고 불칼로 쥐불놀이나 하는 게 보였을 듯.

카인은 도시를 세우고 자기 아들 이름을 따서 (아내감은 어디서 생김) 도시명을 에녹이라 했다. 계보를 보면,

카인-에녹-이랏-므후야엘-므드사엘-라멕까지 내려옴.

이제 뜬금포 라멕 이야기를 해 보자. 라멕에겐 아다와 씰라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아다에게서 야발, 유발을 얻고 씰라에게서 두발가인, 나아마를 얻는다.

라멕의 두 아내. 부부관계가 대체 어떤 구도였던 거지…
  • 아다 : 야발, 유발
    야발(텐트치고 가축 기르는 사람들의 조상)
    유발(하프와 플룻 연주자의 조상)

  • 씰라 : 두발가인, 나아마
    두발가인(대장장이의 조상)
    나아마(여자라서 아무 것도 못 배웠나 봄)

그러더니 어느 날 난데없이 라멕이 두 아내 불러놓고 지가 싸우다가 사람 죽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아무도 묻지도 않았는데 조상 카인을 죽인 벌이 7배라면, 지를 죽인 벌은 77배라는 둥 안 해도 될 소리를 함.

죽인 이유는 자기를 다치게 해서 저질러버렸다는 것 같는데 아내한테 와서 씩씩거리면서 77배로 갚아준다는 둥 어쩐다는 둥 하는 걸 보니 명불허전 분노조절 못 하는 핏줄임.

라멕이 하도 비장하게 말하기에 그 후에 어떻게 됐나 봤는데 별 말없고 여기서 끝임.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일이지만, 성경은 갑툭튀도 장사지만 갑자기 연중해버리기도 함.

카인 후손 얘기는 이게 다임. 진짜 어이없어서 다시 쓴다.

“가인을 해친 벌이 일곱 갑절이면, 라멕을 해치는 벌은 일흔일곱 갑절이다.” (창4:24, 새번역)

레알 진심으로 이걸로 끝남.

어쩌라고… 다음 얘기는 왜 없는데… 하다 못해 아내들이 ‘아이구 야발 아버지 술 잡쉈으면 발닦고 주무시쇼’ 정도는 해 주면서 끝나야 하는 거 아닌가.

댓글 14개

  1. 정말 최고입니다… 모태신앙으로 자라왔는데, 어릴 때도 늘 이 부분이 의문이었어요. 최초의 인류의 최초의 자식인데 배우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살인자인데 왜 신의 비호를 받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질문할 때마다 제게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의심을 한다고 혼나기나 하고 …. 지금은 무교입니다만, 이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명한 사실 이야기 재밋어요. 글도 너무 잘 쓰시고요 –
    물론 성경이 상징의 바다라고는 하는데. 아니 뭐 것도 정도껏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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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헌터X헌터는 구약적인 만홬ㅋㅋㅋㅋㅋ

    아이고마 야발 아부지 발 닦고 고마 주무시소~ (동남 방언으로)

    웃음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현웃 중이에욬ㅋㅋㅋㅋㅋㅋㅋ

    이거이거 성경을 조금이라도 봤다면 안 터질 수가 없는 분석 ㅋㅋㅋㅋㅋ

    힘드시겠지만 안 지치시고 생업에 방해 안 되는 선에서 천천히 가시되, 얼마든지 기다리며 정주행할 예정이니 요한계시록까지 제발 부탁드릴게욬ㅋㅋㅋㅋ 너무 좋아욬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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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거 너무 재밌네욬ㅋㅋㅋㅋㅋㅋㅋ뉴조 기사보고 정주행 중입니다! 카인 외 다른 사람들에 관한 가설을 생각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창세기 5장인가 10장쯤 나오는 아담의 족보? 노아의 족보 뭐 그런거 보면 애들 수명이 900년이 넘는데! 그 때동안 야스를 두번만 하진 않았을거 아닙니까! 뭐 대강 그렇게 된 게 아닐까…싶군요! 그 종이가 귀한 시대에 뭐 다 적어넣기도 애매하고요. 대표성이 있는 두 사람만 적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신학교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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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 수많은 다른 형제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군요. 아벨과 카인의 아내들도 누이근친이었다고 하면 그것도 설명이 되기는 되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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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동생 멱을 딴 인간백정 카인은 벌로 반사뎀 7배 오라와 케루빔의 현란한 쥐불놀이 쑈를 직관할 수 있는 땅을 받앗군요
    듣고보니 형제살인도 꽤 할만한거 같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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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 반사오라고 불꽃쇼 특등석이고 필요없으니 저 새끼만 조져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신님 회개는 죽이고나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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