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6. 바벨탑엔 슬픈 전설이 있어

대홍수 이후, 수메르의 도시 ‘우르’라는 곳에서 아브람이 태어날 때까지, 딱히 히브리인의 행적은 기록할만 한 게 없다.

종교 경전이란 게, 원래 우주-인간 창조부터 시작해야 간지가 나는 건데, 이쪽으로는 유대 민족의 가치관이 녹아있는 독특한 이야기랄 만한 게 아무 것도 없는 판국이니, 결국 아브람이 나타날 때까지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짜깁기해가며 근근히 경전 초반을 채운 셈.

창세기 11장까지 읽은 내 기분

아담 이후의 후손들을 나래비하는 거 외엔, 진짜 차별화된 자기네만의 콘텐츠가 하나도 없음 ㅋㅋ 심지어 그것도 대체로 중동 및 아프리카 지명의 기원일 뿐이니, 자기네들만의 콘텐츠도 아닐 듯.

나무위키를 베껴 근근히 양을 불린 처참한 레포트를 읽는 교수의 기분이 이런 걸까?

……

채울 게 오죽 없었으면, 아브람이 나오기 전에 바벨탑 이야기를 끌어다 넣는다.

다들 아는, 인간이 오만해져서 인간들끼리 단합해서 이름을 드높이고자 으쌰으쌰 세웠는데, 야훼가 보고 ㄷㄷㄷ 하며 건축을 방해했다는 거대 탑, 바로 그 이야기다.

이후로 인간들의 언어가 달라져서 단합을 못하고 서로 흩어져 각각의 나라와 민족의 기원이 되었다는 그럴싸한 신화.

이후로 유럽인들은 이 바벨탑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폈다. 이라크 사마라의 달팽이 모양의 말위야 탑을 보고 착각해서인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게 많았던 듯.

말위야 탑.
이렇게 상상하거나
벨기에의 르네상스 화가 피터르 브뢰헬은 이렇게 상상함.
브뢰헬은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받으신 듯.
심지어 아마존에선 이걸 바벨탑이라고 판다.

실제로 바벨탑은 기원전 600년 경에 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성경의 느부갓네살)가 완성한 바빌론의 지구라트이다.

유다왕국이 신바빌로니아에게 정복당하면서 네부카드네자르 2세에게 끌려왔던 이 유대민족들은 거대한 바벨탑을 보고 기가 죽었을 것이다.

앙심을 품고 있던 이들은, 언어가 다른 페르시아가 기원전 482년에 닥돌해서 바벨탑과 바빌론을 부수고,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온 사람들이 뿔뿔이 피난가며 비산하니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게 아닐까?

‘조금 세다고 잘난 척 하더니 쌤통이다 ㅋㅋㅋㅋ 이 꿀잼 사건을 대대로 알려주자’

그래서인지 진짜 경전에 들어갔다! 아브람이 등장하기도 전 챕터에! 아무리 성경의 시간 순서가 오락가락 한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아브람이 대략 기원전 2166년에 태어났다는 설이 유력한데, 아카드가 멸망한 덕에 잠깐 다시 번성하고 있던 수메르 제3왕조의 시대다. 당시 바벨탑은 아직 지어지지도 않았고, 바빌로니아도 아직 없다. 추후 지어질 바벨탑이 페르시아에게 무너지려면 아직 1684년을 기다려야 한다. 아브람은 이런 때에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아브람 전에 인류가 다른 언어를 쓰며 이미 흩어져 있는 이유가 바벨탑 때문이라고 써놓은 셈이다 ㅋㅋㅋ

아무튼 바벨탑을 비롯한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는 기본적으로 신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높이 올린 것에 불과하며, 심지어 위에 신전 지어놓고 신을 모시는 용도였음.

원래는 이렇게 생김. 복원모형.

인간의 오만이나 교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신에 대한 복종심과 충성심의 상징이랄까? (다만 그 신이 바빌로니아의 주신인 마르둑이란 점에서 달랐겠지만)

진짜 의미나 팩트는 노상관이고 남의 도시 끌려와서 번성한 도시와 까마득하니 높은 건물을 보고 밸이 있는 대로 꼬였던 고대인들이 바벨탑이 부서지는 걸 보고 기뻐하며 교훈적인 이야기로 가공하는 모습만이 상상되고 있는 중이다.

보아라, 무너진다, 신난다!

13 Comments

    1. 웃긴 부분은 100% 구약의 힘입니다. 저는 그냥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 뿐이라… 구약이 개그를 맡고 저는 진지함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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