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7. 이건 밀가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대홍수가 일어난지 2년 후.

막내동생만 엿 먹도록 내버려둔 셈도 아들을 낳게 되고, 이 셈의 계보로 내려가면 드디어 아브람이 나온다.

별 중요하지도 않고 아무 신빙성도 없지만 아담으로부터 몇 년이나 지났는지, 재미로 좀 계산해 본다.

  • 셈(600): 홍수 2년 후 아르박삿 낳음
  • 아르박삿(438): 35살에 셀라 낳음
  • 셀라(433): 30살에 에벨 낳음
  • 에벨(464): 34살에 벨렉 낳음
  • 벨렉(239): 30살에 르우 낳음
  • 르우(239): 32살에 스룩 낳음
  • 스룩(230): 30살에 나홀1 낳음
  • 나홀(138): 29살에 데라 낳음
  • 데라(205): 70살에 아브람 낳음

그렇다면,

  1. 아담~대홍수: 총 1656년
  2. 수습기: 2년
  3. 아르박삿~아브람: 총 290년

즉 아브람은 아담이 창조되고 1948년 후에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우와 2000년 전에 예수 있었지? 진짜 오래된 사람이다’ 하는 기분으로, 아브람은 ‘우와 2000년 전에 최초로 만들어진 인간 아담 있었지?’할 수 있는 거임.

아브람은 아카드(악갓)가 망한 덕에 다시 잠깐 번영하고 있던 수메르의 우르 제3왕조 사람이다.

우르는 메소포타미아의 남부 도시다. 성경에서는 갈대아 유목민이 산다는 뜻에서 갈대아-우르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르는 대략 이런 느낌의 수메르 도시

(실제로 갈대아인들은 아브람이 태어난 이후 약 1000년 후에 이 지역에 들어온다고 하니, 이 당시 정확한 명칭은 갈대아-우르가 아니라 그냥 ‘우르’일 뿐이다.)

현재 가족들의 대장은 아버지 데라.

데라

데라의 아들로는 아브람, 하란, 나홀이 있다.

이 중 하란은 이들이 아직 우르에 있을 때 단명해 버린다.

하란 이미지를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이걸로 대신한다. ‘알콜은 단명의 지름길’ 이라고 생각하면 외우기 쉬울 듯

아무튼 단명한 하란은 아들 롯과, 밀가와 이스가라는 딸을 남겼는데, 이 밀가가 나홀의 아내가 된다. 밀가 입장에선 삼촌과 결혼한 셈.

성경에는 나홀이 그냥 조카딸 밀가를 아내로 맞이했다고만 쓰여 있고 별 다른 말은 없다.

원래 확대 가족을 꾸려야 하는 유목민족이나 농경 민족은 사촌 간에 결혼이 장려된다지만, 특히 고대에는 친족 결혼이 더 흔했을 것 같지만, 영 껄쩍지근하다.

왜냐면 이 가족 집단을 이끄는 가장 높은 사람인 가부장 데라가 슬슬 가나안 지역으로 가기 위해 우르를 떠나는데, 나홀-밀가 부부를 빼놓고 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손녀 이스가도 빼놓고 갔지만 다른 집안으로 팔아먹… 아니, 시집 보냈을 듯)

이 시대 보니까 최고 가부장이 죽을 때까지 아들들이 총 몇 명이든, 며느리랑 손자들까지 다 끌고 다니던데?

이런 룩으로다가 다 끌고 다님

특히 아들은 중요한 병력(?) 및 노동 자원일 텐데 왜 나홀-밀가 부부를 놔두고 간 걸까? 아브람-사래 부부는 물론 손자 도 데려가는데?

과연 나홀은 형제 하란의 생전에 ‘네 딸과 결혼하겠다‘고 허락을 받았을까? 그냥 형제가 죽자 조카딸 밀가를 끌고 야반도주를 한 게 아닐까? (여기까지 망상)

아무튼 데라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나안으로 가려고 한다.

이에 아들 아브람-사래 부부와 손자 까지만 데리고 길을 떠나, 가나안을 향해 가기 위해서라면서 북쪽, 메소포타미아 위쪽으로 간다.

그런데 가나안에 가려면 서쪽으로 가야 한다. 바빌로니아 쪽 사람들이 하는 짓이 불안하고 전쟁날 것 같았으면, 더더군다나 서쪽으로 도망가야 한다. 우르에서 정서쪽으로 일직선으로 가면 가나안이 나온다. 해 지는 방향으로 그냥 계속 걸으면 된다.

우르에서 북쪽으로 출발하면 빼박 바빌론인들 만남

그런데 바빌론 근방을 통과하는 루트일 수 밖에 없는 북쪽 방향을 잡아, 메소포타미아 최상단, 지금의 터키에 속한 곳까지 올라간다.

나중에 모세 때도 말하겠지만, 이 사람들 종특이 어디 간다고 하고서는 중간에 겁나 오랫동안 샌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하란‘이라는 지역이다. 지금의 터키 영역이다. 죽은 아들과 동명인데, 이 지역이 언제부터 하란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나중에 나홀도 여기 올라와 살면서, 그때는 성경이 이 지역을 ‘밧단아람’이라고 표기한다.)

데라가 선보인 미친 길치력은 후에 모세에게 이어진다

아무튼 데라네 일행은 하란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냥 자리잡고 산다…

결국은 ‘힝 가나안 가려고 했는데‘ 같은 느낌으로 데라는 하란에서 죽는다.

?

이제 아브람이 이 가족집단의 대장이 된다. 그는 과연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염원하던(?) 가나안에 갈 수 있을 것인가?

시청각 자료가 부족하여 비슷한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다음에 계속…

13 Comments

      1. 쓰신 의도는 이해가 가고, 목적지를 정해놓고 떠났음에도 가다가 중간에 눌러앉았다는 점에서는 중간에 샛길로 빠지는 게 이 사람들 종특인가 싶기도 한데,

        다만 애초에 그냥 우르에서 서쪽으로 가면 되었는데, 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게, 우르에서 바로 서쪽으로 가는 루트가 당시에는 없었거나, 또는 당시 기준으로 고대인들의 사고관이나 세계관에서는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방법’에 ‘우르 서쪽행’이란 개념 자체가 없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씀 드렸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면 배타고 중국에 갈 수 있었지만, 그런 방법 자체를 상상하지도 못했던 중세 유럽인들처럼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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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강연에선가 들었는데, 고대에는 지금처럼 지도(따라서 위치감각 역시)나 도로가 발달하지 못해서, 알려지거나 이미 형성된 루트로만 이동이 이뤄졌고, 고대 도시들은 보통 강가를 따라 형성되어서, 이동 역시 고대 도시들이 위치한 강가를 따라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길치라기보단, 있는 길 따라 갔던 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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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정도는 당연히 알려진 루트대로 갔겠죠. 그런 점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다만 바빌론 유수 경로를 기준으로 비교해서 유프라테스 강까지 건너 더 북쪽으로 갔다는 점, 그리고 거기서 아버지 데라가 죽을 때까지 한참이나 눌러 살아버렸다는 점(이 점이 가장 중요)에서, 실제로는 데라가 가나안을 가겠다고 결정했다고 써 놓고는 실제로 도착하지 않았다는 성경 텍스트의 미완성성, 용두사미를 강조하기 위해 길치라고 썼습니다. 또한 이후에 모세가 광야를 40년이나 헤멨다녔다는 점과 연결할 의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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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쓰신 의도는 이해가 가고, 목적지를 정해놓고 떠났음에도 가다가 중간에 눌러앉았다는 점에서는 중간에 샛길로 빠지는 게 이 사람들 종특인가 싶기도 한데,

        다만 애초에 그냥 우르에서 서쪽으로 가면 되었는데, 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게, 우르에서 바로 서쪽으로 가는 루트가 당시에는 없었거나, 또는 당시 기준으로 고대인들의 사고관이나 세계관에서는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방법’에 ‘우르 서쪽행’이란 개념 자체가 없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씀 드렸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면 배타고 중국에 갈 수 있었지만, 그런 방법 자체를 상상하지도 못했던 중세 유럽인들처럼요ㅎㅎ

        쉽게 말하자면, 그 길밖에 몰랐던 거 아닐까요ㅎ

        ps. 윗글에 리플을 잘못 달았습니다, 가능하시면 잘못 단 리플은 삭제해주셨으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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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이해하고 있습니다. 글에는 그냥 ‘서쪽으로 가면 된다’ 라고 써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갈 수 없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데라 한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 ‘좀 더 가까운 길이 있는데 물 공급 등의 문제로 빠른 길로 못 가고 돌아가야하는 고대인들 웃픔’ + ‘심지어 중간에 목적을 잃어버리고 눌러 살아버릴 정도면 진정한 길치 아니냐’ 를 한 번에 썼다고 이해해주세요. 댓글 쓰신 내용 다 이해했는데, 다만 ‘길치 때문인 것이 아니다’ 라는 부분만 반박하는 것입니다. 그저 여행의 목적을 잊는 건 길치가 맞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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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겨주신 댓글을 보니 더 예리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다시 읽어봐도 생각이 뒤섞인 데다 훅 비약되고 있어서, 의도하고 싶었던 내용이 오히려 사라져버렸단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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