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들어서기 직전, 아브람은 사래에게 이렇게 건의한다.
“여보, 당신이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날 죽이고 당신을 빼앗으려고 할 것 같아. 사람들한텐 당신이 내 누이라고 하자. 그럼 당신 덕에 난 대접도 잘 받고 내 목숨도 부지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말하니 사래 입장에선 당연히 ‘그런가 보다’ 하고 ㅇㅋ 한다.

그런데 이집트로 들어갔더니, 사래의 미모 소문이 자자해지면서, 그게 파라오 귀에까지 들어간다.
파라오는 아브람을 극진히 대접하고 양떼, 염소떼, 소떼, 낙타떼, 암수 나귀 한 쌍, 남녀 종들까지 듬뿍 챙겨준 뒤 사래를 데리고 간다.
?

아브람은 또 그걸 아무 말 없이 받았어? 누가 봐도 이건 여성을 아내로 데려가려고 처가에 주는 신부값(bride price)잖음?
아브람: 감사합니다, 파라오여.
사래: 여보?
나: ?
이제 파라오를 속여(?) 사래를 팔아치운 셈이 된 아브람은 한 밑천 잡았다.

한편, 아무 죄도 없는 파라오의 집안에 재앙이 일어났다. 파라오가 원인을 알아보다 ‘남의 아내를 빼앗아 결혼했기 때문에 벌이 내린 것’이라는 해설을 받게 된 것 같다.
그래서 파라오는 아브람을 불러다, “왜 네 아내라고 미리 말 안 했어? 왜 누이라고 속였어? 왜 나를 남의 아내나 뺏은 인간으로 만들어! 어떻게 나한테 이래?” 라고 억울해한다.

지금까지의 구약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논리정연한 대사들을 통해 억울함이 성경을 뚫고 나온다. 유부녀인 줄도 모르고 돈까지 다 내고 결혼했는데, 내가 나쁜 놈이고, 그래서 내 신변에 나쁜 일이 벌어진거라고 하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겠음? ㅋㅋㅋㅋ 심지어 내 아내가 됐다고 굳게 믿고 나 혼자 정까지 붙였다고 생각해 보면, 와 이건 진짜 ㅋㅋㅋㅋㅋ

그런데 이 파라오는 몹시도 관대하게도 아브람 일가를 이집트 밖으로 추방하는 걸로 끝냈다. 사래도 돌려보내준 것은 물론, 심지어 자신이 하사했던 모든 예물을 다 가지고 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야말로 진정한 대인의 풍모이시다. 만약 사래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그냥 다 놔준 거라고 한다면 더더욱 최고 대인배 되시겠다. 이집트 제10왕조 때인 것은 같은데, 그 중 어떤 파라오인지는 불명.

그 와중에 아브람은 또 그 재산을 다 갖고 나감 ㅋㅋㅋㅋㅋㅋ
사래는 사래대로 빡쳤을 것 같은데 그 시대에 뭐 별 수 있나. 그 시대에 남편이 부정했다고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며 따라갔겠지.

이 부분이 하도 어이없어서 기존 해석을 찾아보니, ‘아브람으로부터 사래의 몸을 통해 하나님의 민족이 시작될 것을 마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브람의 거짓말을 기회로, 파라오로 하여금 사래의 몸을 더럽(!)히게 하도록 수작한 것이다’ 란 식으로 쓰여 있었다.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아브람은 그만, 아내를 이용한 불로소득의 꿀맛을 알아버린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래, 이렇게 될 줄 몰랐을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런데 두 번은 하면 안 되지 않을까?
아무튼 흥미진진한 꽃뱀왕 아브람의 모험, 다음 시간에 계속…
너무웃겨요…….저 죽을것같아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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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시다니 이 영광을 아브람에게 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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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람 너무 쓰레기잖아ㅠㅠㅋㅋㅋㅋㅋㅋㅋ 글 쓰시는거 너무 웃겨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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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람을 여기까지 감싸온 것만 봐도 인류의 단합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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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ㅋㅋㅋㅋㅋ제가 억지로 교회나가던 일곱살 때도 성경공부하면서 아브라함 참 이상하다….했던 부분인데 다시 읽으니 이거 완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시는 글들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손 안닿는 어드메를 벅벅 긁어주시는 기분이에요.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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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서 이상하다고 하는데 너는 왜 이상하다고 하느냐고 하면 그냥 저는 이상해서 이상하다고 하는 것 뿐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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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2n년 교회 끌려다니면서 유구하게 이해 못하고 빡치던 부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때도 성경을 신의 말씀 어쩌구로 안읽고 그리스로마신화나 신기한 이집트 신화 뭐 이런 느낌으로 읽어서 엥간한건 다 우왕 신기하다 하고 넘겼는데 진짜 아브람 얘는ㅋㅋㅋㅋㅋ 아 속이 시원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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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나 인류가 아브람을 감쌌으니 이제는 좀 말 못하던 진실을 봐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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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정주행하느라 댓글 없이 쭉쭉 가고 있는데 메가트론 파라오 너무 매력적ㅋㅋㅋㅋㅋ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욬ㅋㅋㅋㅋ 읽을 게 많아서 행복~ 감사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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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람 이 녀석!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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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잔ㅋ잔ㅋ한 감동이 담긴 글….격하게 애정합니다. 건필하시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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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 감동은 모두 메가트론 파라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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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나이가 얼마인데, 파라오의 눈이 삔 것 아닙니까?ㅎㅎㅎ
자기 엄마 뻘일지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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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파라오가 까라면 까야지 “선물줄테니 니 누이(사실은 아내ㅎ) 내 아내 할게!” 햇는데 “ㄴㄴ ㅋㅋ”하면 운 좋으면 죽는거고 운 나쁘면 뒤지는거죠. 아님니가??
다른건 다 그렇다 쳐도 뻥까친 당사자의 자업자득인거긴 합니다만
하지만 정작 피 본건 사기친 놈이 아닌 주위 사람들이었다는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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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혹시 누가 압니까? 아브라함에겐 말못할 독특할 취향이 있었을는지도 모르죠
신약의 요셉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유구한 전통이요
아! 오쟁이 진 자들의 수호성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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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만 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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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네요 22년동안 모태신앙으로 살았고 기독교 나온 지금도 아브라함에 대해 나쁘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제 22년 삶 부정당하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아근데 재미있다 진짜 큰일이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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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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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성경보며 아브람과 야곱을 하나님이 왜 선택하신거지? 왜? 하면 그런 죄인도 하나님께서 받아주신다는거임..해서 @.@???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래는 이때 몇살이었을까요? 급 궁금해지는..애도 90대에 낳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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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래의 변치않는 매력이 급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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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람은 포주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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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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