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4. 애초에 과잉포장 없는 제품을 출시하면 됐잖아

야훼는 아브람이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땅 준다 아들 준다’ 하며 귀찮게 해왔다.

뭔가 가출한 망나니 형이 잊을 만하면 돌아와서 ‘이번엔 진짜 괜찮은 사업이다. 내가 집 한 채 사준다. 형 한 번 믿어봐’ 하며 술주정하는 느낌임.

지금까지의 언약들을 요약해보겠다.

1) 아브람 75세 때 하란에서 언약 1절

“내가 널 큰 민족의 시초가 되게 할 테니 내가 보여주는 땅으로 가라.”

그래서 가나안의 세겜에 갔더니 ‘바로 여기다! 여기를 네 자손에게 준다!’ 하길래, 정착각 재고 있었는데, 왠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머물지를 못하고 이집트까지 갔다 오게 됨.

2) 이집트 다녀온 후 롯과 갈라섰을 때 언약 2절

“동서남북을 다 둘러봐라. 눈에 보이는 땅 다 네 꺼. 네 자손은 땅 먼지처럼 불어날 거임.”

3) 헤브론 살 때 전쟁에서 롯을 구한 후 언약 3절

“아 걱정을 하지 말라니까. 내가 별처럼 자손도 불어나게 하고 이 땅도 준다니까.”

“…”

아브람도 이쯤 되니 슬슬 불안해서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고, 데칼코마니 제사상 불태우는 화염쇼로 대충 무마된 바 있다.

4) 드디어 아브람이 99세 때, 야훼는 또 언약 뇌절을 하러 옴.

“나 전능한 신이야!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어? 너를 여러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할 거고! 아, 그리고 너 이름은 ‘무리의 아버지’란 뜻으로 아브라함으로 바꿔라. 그러니까 네 자손한테서 나라도 나오고 왕도 나온다니까! 이 언약은 자손 대대로 갈 거고! 지금은 네가 그냥 얹혀 살고 있는 이 가나안 땅을 네 자손들한테는 진짜로 다 줄 거라고! 그러니까 너랑 네 자손들도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언약을 지켜야 함.”

대체 뭘 지키라는 요구를 하려고 하기에, 처음부터 말을 못하고 있다가 4번째 나타나서야 겨우 본론을 말하는 것인가.

그냥 본론부터 말씀 좀…

그것은 남성 할례였음.

이어서 본성을 드러낸 야훼는 할례에 대해서 집요하고 광기어린 집착을 보여준다.

“너는 물론이고 네 아들, 네 자손, 네 집안 종들, 집에서 태어난 종이든, 외국인에게 돈 주고 산 종이든, 무조건 모든 남자는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해야 함. 그렇게 해야 너희 몸에 영원한 언약으로 새겨질 거니까. 할례 안 하면 내 사람 아니야. 내쫓을 거야.”

…그러니까 신체를 조금 변형하는 행위가 몸에다 언약을 새긴다는 개념이 된다는 건데…

영구적으로 모양이 좀 달라진 거츠를 볼 때마다 문득문득 언약을 떠올리며 가슴이 웅장해지란 뜻일까?

혹시 출시해놓고 나니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서, 사용자더러 직접 패치하라고 강요한 뒤 상품권을 주는 개념인가?

생각해보면 애초에 자신이 직접 만든 인간에게서 나온 인간들인데, 좀 맘에 안 든다고 노아 빼고 싹 한 번 포맷하질 않나, 뭐 그건 그렇다 치자.

자기가 직접 신중히 고른 노아로부터 인류가 다시 번져 나갔으면, 심지어 자기 입으로 노아한테 ‘번성하라’고까지 격려했으면, 이번에야말로 공평하게 대우할 생각으로 그랬던 거 아님?

거기서 또 자손 중 한 놈만 골라서 ‘너만 특별 대우할게, 다른 형제들로부터 땅 빼앗아도 됨’하며 부추긴다고? 애초에 공평할 생각도 없었는데 홍수 왜 함ㅋㅋㅋ

노아더러 번성하라고 주문한 이유는, 단순히 ‘편애의 장기’를 거하게 한 판 두시려는데 버려질 장기말이 많이 필요해서인가?

혼자 두니 심심하다

유일신, 성경 무오류설 같은 줄을 타며 2차 창작을 2000년 동안 하고 있지 말고, 그냥 다신교 세계관에서의 여러 신화 짜깁기라고 인정하는 게 편하지 않겠음?

선생님 개연성 보강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또한 언약을 몸에 새긴다는 이 행위라는 것도, 많고 많은 신체 부위 중 하필 거츠를 리폼하라고 요구하는 걸로 보아, 아무나 마음 먹는다고 지킬 수 있게 만드려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의 자격은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바로 남자라는 천부적인 자격임. 이건 즉, 내정자가 이미 있는 공채인 것임 ㅋㅋㅋ

심지어 내정자 입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이상한 회사에서 ‘사실 네가 내정자임. 찡긋’ 한다고 해서 뭐 딱히 자랑스럽지도 않달까…

왼쪽에서 세번째 분, 합격입니다.

일부 고대인들의 거츠에 대한 집착과 신성시 여김은 뭐 이미 알고 있는 바이니, 딱 그 정도의 고대 문화인류학 사례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 또는 청결 관리를 위한 실용적인 규례 정도? 여기서 신의 진짜 뜻 어쩌구까지 애써 짐작해 볼 필요는 없을 듯.

아무튼 지금 내 기분은 ‘생산자가 애초에 과잉포장을 하지 말고 출시하지, 왜 소비자더러 포장을 줄이래;’ 라는 기분과 상당히 유사하다.

왼쪽으로 1픽셀 더

아무튼 야훼는 이어서 사래의 이름도 ‘여주인’이라는 뜻인 ‘사라’라고 바꾸라고 하며, 사라를 통해 아들을 낳게 해주겠다고 한다.

아브람은 여기서 그만, ‘내가 이제 100살이고 사라가 90인데 가능할까?’ 싶어 몰래 웃는다. 그래서 이제 13살된 이스마엘한테나 복을 달라고 한다.

야훼는 “네가 이스마엘 얘기를 하니, 걔도 큰 나라를 이루게 할 거고 12명의 지도자를 낳게 할 거지만, 여튼 내 원픽은 내년에 사라가 낳을 ‘이삭’이다. 내년 이맘 때쯤 이삭 낳으면 다시 언약하자.”고 하고 감.

아브라함은 신실한 남자다.

그렇다는 뜻은 바로 그날,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 빤스 벗고 소리 지르는 날이 되었다는 뜻이다.

연쇄 할례마

99세의 아브라함과 13세의 이스마엘을 비롯하여 모든 아브라함네 집안 남자들은 이렇게 한동안 어기적거리는 신세가 된다.

댓글 12개

  1. 야훼씩이나 되는 분이 하필 거츠까기에 집착했는지 정말 모를 일이지만 재미있는 설명을 얻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은 일 같아요 건필하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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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웃겨요 소장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이번 편도 찰떡같은 비유에 흠뻑 몰입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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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초딩때 영어로 성경읽기를 했었는데, 이 부분에서 영어 선생님이 은근슬쩍 넘어갔던 부분이 부분수정이었군여. 영어 선생님에게 뭘 지켜요? 뭘 해요? 하고 여러번 안물어보길 잘했네요. 많이 당황하셨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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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실 모비딕의 딕은 이 딕을 의미한거고 책의 내용은 처절하고 복잡한 의미의 메타포가 아닐까하는 매우 엄격근엄진지한 생각이 들곤하곤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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