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6. 롯과 두 딸 에피소드는 교회에서 애들한테 대체 뭐라고 가르침?

나약해 빠진 현대인인 불신자 나부랭이는 그 동안 구약의 막장성을 얕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의 구약 에피소드들은 최약체들에 불과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구약의 내용도 그렇고, 버튼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으니 위험하다 싶으면 읽지 않으시길 권함)

먼저 소돔에 간 행동대원 두 천사는 롯에게 초대되어, 극진하게 식사 대접을 받는다. 역시 낯선 손님에 대한 환대 문화가 중요하게 자리잡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 와중에 소돔 사람들은 롯에게로 와서, “너네 집 손님들을 내놔라! 그놈들을 강간해야겠다!” 며 끌어내려 한다. 환대 정신은 커녕 미친 동네가 되어 있던 소돔.

여기 괜찮은 외지 남자들이 있다던데?

예전에 소돔과 고모라의 죄가 ‘동성애 때문‘이라는 교회의 주장을 몇 번 들어 본 적이 있어서 그런 내용이 있으려니 했었는데, 직접 읽어봤더니 아전인수 해석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음.

이 에피소드만 봤을 때, 소돔의 죄가 단순히 동성애인 것 같음, 아니면 외부인에 대한 야만적인 약탈 문화인 것 같음? 상식적으로 후자 아님?

게다가 지금까지의 스토리 진행은 다음과 같다.

  1. 손님을 환대한 아브라함이 받은 인정과 배려
  2. 손님을 환대한 롯이 얻은 구원
  3. 외부인을 강간/약탈하려 한 소돔의 멸망

이 흐름으로 보면 ‘이방인을 환대하는 것이 곧 의로움이다‘라는 의도로 장면들이 연출되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움.

그런데 소돔의 죄는 ‘성적 타락과 동성애‘ 라고 해석하고 있음 ㅋㅋㅋ 특히 ‘동성애‘에 난데없이 영점조준 ㅋㅋㅋㅋ

진짜 ‘성적 타락과 동성애’가 소돔의 죄였다면, 에피소드 연출을 이렇게 하면 안 됨. 구약이란 것은 이런 의도조차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난삽하게 계시받은 텍스트란 말인가?

수준 낮은 맥거핀만 난무하고 체홉의 법칙은 다 말아먹은 글을 어떻게든 말 되게 해석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현타감이긴 하지만…

아무튼 손님이 강간당할 위기에 처하자, 우리의 자랑스러운 ‘의인’ 롯은 자기한테 아직 처녀인 두 딸이 있다며 대신 마음껏 유린하라며 내주려고 한다.

현재 내 기분

그간 교회에선 ‘제 딸까지 내주려하다니 어마어마한 의인인 롯 ㅠㅠ‘ 해왔을 것 같긴 한데, 반복해서 말하지만, 단순히 ‘성적 타락’이 문제라면, 롯이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은 제안에 딱히 더 나은 구석은 없다. 외부인을 강간하나 옆집 딸을 강간하나 악마적이긴 매한가지임. 롯은 무엇을 해결하려고 한 거임?

정말 ‘동성애’가 너무 큰 죄이기 때문에, 남자 천사들 대신 죄없는 딸들을 유린하라고 제안한 편이 낫다고 해석하는 것임? 소돔의 죄가 동성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임? 대체 롯이 어떻게 소돔인보다 ‘더 의로운 행동’을 했다고 보는 거임? 정말로 이 에피소드를, 1000년의 시간 동안 남자보다 여자를 강간하는 것이 그나마 덜 타락한 행위라고 후손들을 가르쳐오며 인류에게 어마어마한 거대 해악을 끼쳐왔던 거임?

롯이 딸을 내주겠다고 나서자, 소돔인들은 막무가내로 “네 놈도 이방인 출신인데 안 건드리고 놔둬줬더니만 고마운 줄도 모르고 고나리질이나 하고! 너부터 혼나야겠구나!” 하며 문을 부수려고 함.

이 대사만 봐도, 성적 타락이나 동성애 운운보다는, 그냥 ‘나그네들을 잔인하게 약탈하는 문화’가 소돔의 죄라고 보는 것이 깔끔하지 않겠음? 그래야 딸을 내주면서까지 손님을 보호하려 한 롯의 행동이 적어도 ‘이 기준‘에서는 더 의로운 행동이었다고 해석할 만하지 않겠음?

지금까지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훌륭한 텍스트가 훌륭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쉬운데, 엉망인 텍스트가 엉망인 이유를 설명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법이다.

아무튼 롯이 위험해지자, 천사들은 밖에 몰려와 있던 소돔인들의 눈을 멀게 해 버린다.

마이 아이즈

그런 후, 천사들은 롯더러 ‘가족들을 다 데리고 탈출하라‘고 했으나, 딸들의 약혼자들이 롯의 말을 우습게 여기고 듣지 않는다.

솔직히 내가 예비 사위라고 해도, 죄없는 자기 딸을 강간마들에게 내주려고 했던 장인 새끼 말을 1도 안 들을 것 같다. 사위 입장에선 장인이 소돔인보다 더 한 악마 새끼임.

동틀 무렵이 되자 롯을 재촉하던 천사들은 꾸물거리는 롯과 그의 아내, 두 딸의 손까지 직접 잡아 끌어내어 탈출시킨다.

아나 말 좀 들으라고

절대 뒤돌아보지도 말고 산까지 한 달음에 달려가‘ 숨으랬더니만, 롯은 또 지칠 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징징거리며, 근처 작은 마을까지만 피하면 살려주는 걸로 해달라고 딜을 친다.

손님을 환대하는 예절에 대해서만 의인이고 나머지는 다 보잘 것 없는 롯이시다. 천사는 그걸 또 들어 줌.

그래서 도망친 그 마을 이름은 ‘작은 장소’라는 뜻의 ‘소알 Zoar’이 됨.

대충 사해 옆이나 아래일 거라고 짐작됨

해가 지평선 위로 솟아오를 때 롯은 드디어 소알로 들어섰고, 그 순간 소돔과 고모라는 유황과 불이 비처럼 쏟아져서 멸망한다.

안타깝게도 롯의 아내는 그걸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됨. 교회에서는 또 이걸 롯의 아내가 순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함.

와 해석 한 번 극악하다 ㅋㅋㅋ 구약과 교회 해석을 뚫고 이 구역 악마노릇 한 번 하기 힘들다.

우리 사위, 우리 집, 내 친구들, 동네 주민들 ㅠㅠㅠㅠ‘ 하는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돌아본 게 아니었을까?

살 붙이고 살던 자기 아내가 중간에 소금 기둥이 됐는데, 지는 살겠다고 꾸역꾸역 ‘구원받으려면 이렇게 하랬어..! 니들은 엄마 돌아보지 마!’ 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오는 것보다는 더 인간적인 것 같은데?

결국 돌아보고야 마는 롯의 아내

어쩌면 우리 가족만 지금 살아남는다고 해서 딱히 어마어마한 행운도 아니고, 앞으로 더 좋은 꼴을 볼 일도 없을 것 같기 때문에, 그냥 다 함께 멸망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함.

나라도 그냥 소금 기둥을 선택했을 듯

그리고 롯은 왠지 재난에 의한 정신적 외상이 심해져, 두 딸을 끌고 산 속 동굴에서 살기 시작한다.

갇혀 살던 두 딸들은 ‘아버지 대를 이어야 하는데‘ 라고 고민하다가 롯을 만취하게 한 뒤 하룻밤씩 동침하여 아이를 갖는다. 그 아들들이 모압인과 암몬인의 조상이 됨.

모압과 암몬

그나저나 롯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친족 간의 결합을 통해서 대를 잇는다는 관점이 흔했던 고대 중동이기 때문에, 뭐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럼에도 롯은 과연 정말 구원을 받은 사람인가? 재난 트라우마로 동굴 속에서 지내게 됐는데?

현대인의 관점에서 롯은 구원이 아니라 딸들에 의해 처벌받는 개념에 가까운 거 아닐까?

자기가 의인이라 구원받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아내도 탈출 중에 죽고, 숨어 살게 된 동굴 속에서는 배신감에 불타는 두 딸들에게 차례로 유린당하는….

롯과 두 딸들을 그린 그림들이 하나같이 뭔가 더러워서(?) 그나마 나은 걸로 고름

자신이 구원받는다고 믿었기에 아내가 옆에서 죽어가도 내버려두고 도망쳐 왔는데, 인생이 여기까지 왔다는 점이 진짜 쌔한 점이다.

롯은 이렇게 성경에 남아서 딸들을 강간마들에게 내주려고 한 아버지, 또한 딸들에게 유린(?)당한 아버지로서 영원히 많은 인류의 뇌리에 이름이 새겨지게 됨.

약혼자들도 잃고 롯 때문에 동굴 속에서 살아야 하는 두 딸로 말할 것 같으면… 말로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는 했지만 그건 핑계고, 남한테만 상냥하고 집안에선 개폭군인 아버지를 심신미약 상태에서 주취 강간함으로써 진짜로 자기 편이 될 수 있는 가족다운 가족을 얻어내려고 한 걸지도 모름.

마셔.
네?
마시라고.

롯은 이렇게 죽을 때까지 동굴 안에 갇혀 두 딸들의 장난감으로서… (아님)(끝)

10 Comments

  1. 롯을 “의인”이라고 하는 성경적 근거는 신약에서 사도 베드로가 한 말이 있었네요:
    “그러나 무법한 자들의 방탕한 행동 때문에 괴로움을 겪던 의로운 사람 롯은 구하여 내셨습니다.
    그 의인은 그들 가운데서 살면서, 보고 듣는 그들의 불의한 행실 때문에 날마다 그의 의로운 영혼에 고통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베드로후서 2:7-8)
    하지만 창세기 본문에서 “불의때문에 영혼에 고통을 느꼈다”라고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죠. 뭐, 롯에 관한 우리가 모르는 다른 문헌이 있었는지? 어쨌건, 의인의 조건 중 하나가 [불의를 보고 고통스러워함]이다, 라는 레슨만 얻을 뿐입니다.
    롯이 딸들을 소유물정도로 취급한 부분에 관한 대가에 관해서는 딸들에게 직접 유린(?)당하는 결과를 이미 불신자님께서 잘 정리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남한테만 상냥하고 집안에선 개폭군인 아버지를 심신미약 상태에서 주취 강간함으로써 진짜로 자기 편이 될 수 있는 가족다운 가족을 얻어내려고 한 걸지도 모름.”이라는 성찰에서는 진심 감탄했습니다. 진짜 내 편이 되어줄 공동체다운 공동체를 갈구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쳤구요.
    롯과 그 두 딸들의 후손인 모압과 암몬 족속을 비하하려는 의도에 씌어진 표현이다라는 주장을 읽은 기억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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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롯이 지가 술처먹고 딸들 강간해놓고는 흠흠 아 얘들아 아무리 자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ㅇㅈㄹ하면서 저렇게 기록해놨을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동네사람들에게 딸들을 좋을대로 하시라며 내주는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봐요ㅋㅋ
    가족다운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아버지를 주취강간하는 딸들이라니 훨씬 진취적인 해석에 무릎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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