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세겔’은 이라크 유산 같은데 이스라엘에서 쓰고 있음

세겔, 즉 셰켈 Shekel은 원래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 수메르에서 시작된 화폐 단위로, 원래는 곡식 다발을 뜻한다.

즉 보리나 밀을 교환의 기준으로 쓰던 때에 생긴 말인데, 나중엔 주화(동전 혹은 은전)를 칭하는 단어로 굳어졌다. 지금도 이스라엘에서 쓰는 주화 단위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화폐 단위다.

은 1셰켈의 무게는 약 5-7그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대략 10개면 달걀 하나 무게.

셰켈에 대한 기록들을 보면,

  • 건강한 남성 노예의 값 : 은 11셰켈+당나귀+보리 5구르
  • 니푸르의 대추야자밭 약 1sar당 : 은 1셰켈 (1사르는 116제곱피트, 약3평 조금 넘는 크기)

셰켈의 최초 기록은 수메르의 우르 제3왕조를 수립한 초대왕 우르-남무(BC 2111~2003)의 법전에 언급되어 있는데, 이 법전은 수메르 도시 니푸르에서 발견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법전이다.

Ur-Nammu 법전
  • Ur-Nammu 법전 19조 : 다른 사람의 이를 부러뜨리면 은 2세켈을 내야 한다.

그 후의 이신 왕조(BC 2017~1794)의 다섯번째 왕, 리피트-이슈타르의 법전에도 셰켈에 대해 쓰여 있다.

Lipit-Ishtar 법전
  • Lipit-Ishtar 법전 9조 : 다른 사람의 과수원에 들어가서 절도 혐의로 체포된 경우 10셰켈을 내야 한다.
  • Lipit-Ishtar 법전 33조 : 자유인 신분의 미혼 여성을 처녀가 아니라고 고소했다가 나중에 처녀의 결백이 밝혀질 경우, 고소인은 10셰켈을 내야 한다.

기원전 1930년 경으로 추정되는 에쉬눈나 법전에도 셰켈의 가치가 언급된다.

Eshnuna 법전

에쉬눈나 법전에서 말하는 1셰켈당 가격은 다음과 같음.

  • 보리 1구르(gur)
  • 기름 3qas
  • 참기름 1sut 와 5qas
  • 양털 6sut
  • 소금 2구르
  • 씨 1hal
  • 일꾼의 월급은 1셰켈+보리1ban

바빌로니아(BC 1894~1594)의 여섯번째 왕인 함무라비의 법전에도 셰켈이 언급되어 있다.

함무라비 법전
  • 자유인 목숨값(수술비?)은 10셰켈, 일반인은 5셰켈, 노예는 2셰켈이다.
  • (영어로 Life-saving operation이 인명 구조 작업이라는데, 이것이 문맥상 수술 비용인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목숨값이라고 씀. 함무라비 법전 아시는 분 댓글 좀)

셰켈은 신 아시리아 시기에도 사용된 문구가 있다. 센나케립 왕(BC 705~681)이 명령한 기록이다.

Sennacherib (산헤립) 왕

“나는 셰켈과 반셰켈을 찍어내기 위해 진흙으로 몰드를 만들고 청동으로 주조하라고 명령했다.”

지금까지 언급된 메소포타미아의 나라들, 즉 수메르, 바빌로니아, 이신, 아시리아 등은 모두 고대 이라크 역사에 포함되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메소포타미아 출신의 아브라함이 따로 자기 민족을 만들자, 그가 당시에 쓰던 화폐 단위를 이스라엘 건국 후 가져다 쓴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이라크는 ‘이스라엘이 셰콀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김치를 다른 나라가 훔쳐가서 자기네 전통 음식으로 만든 경우와 비슷하려나?

아무튼 구약으로 돌아와서, 세겔이 제대로 등장한 때는 아브라함이 히타이트(헷)인에게서 사라를 안장할 동굴을 살 때이다.

사라 안장

이 에피소드 이전에, 그랄의 왕 아비멜렉이 사라를 돌려주면서 은 1000 조각을 함께 줬다는 기록이 있긴 하다. 역본에 따라서 이것도 ‘은 1000 세겔’로 번역되기도 한다. 하지만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여기는 ‘케세프 엘레프’로만 쓰여있다. 즉 그냥 ‘은 천개’임.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동굴 딸린 밭을 400셰켈에 산다는 에피소드가 셰켈이 제대로 언급된 최초의 성경 기록임.

셰켈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아브라함이 산 밭은 어마아마하게 넓거나 비싼 것이다. 에쉬눈나의 일꾼이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3년 넘게 모아야 만들 수 있는 몫돈이다.

니푸르 대추야자밭 물가로 계산한다면, 약 1300평 정도. 동굴이 끼어 있어서 더 비쌌다 쳐도 대략 1000평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아브라함은 정말 부유한 사람이었구나 ㅠㅠ 갑자기 패배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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