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6. 유월절 지침으로 알아보는 야훼의 통제광적인 면모

야훼는 이집트에서 한탕한, 아니 탈출한 날인 14일 저녁부터 일주일 간을 대대로 기릴 것을 지시한다. 나아가 이들이 탈출한 달, 즉 아빕(Abib)월을 일년의 첫 달 정월로 삼는다. 즉 유대인들은 아빕월 14일(유대력 1월 14일) 저녁부터를 유월절로 지키게 되는 것이다.

아빕월은 현재의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하면 매년 달라지긴 하지만 3~4월 사이라고 함.

이 유월절 지시사항을 보면 야훼가 나노 단위로 간섭하는 컨트롤 프릭이자 마이크로 매니징 광임을 알 수 있다. 대대로 이걸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말해보겠음.

먼저 집집마다 일년 된 수컷 양이나 염소를 흠 없는 걸로 한 마리씩 준비해 둠.

유월절을 성스럽게 묘사하려는 이미지에 슬퍼 보이는 양과 피로 쓴 폰트를 넣는 이 감각을 모르겠다

한 끼에 한 마리를 다 먹기에 가족 수가 적거든 이웃을 불러야 함. 요는 이렇다. 하루 저녁에 양 한 마리를 다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알맞은 사람 숫자를 알아서 계산해서 이웃끼리 상의하여 적당히 헤쳐모여있으면 됨.

중요한 건, 학살의 밤에 한 집당 분대 단위로 은신하고 있다가 학살이 끝나면 분대별로 움직여 탈출한다는 개념인데, 이때 1분대를 ‘양 한 마리 다 먹을 만큼의 사람 수‘로 계량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14일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축을 잡고, 분대가 은신할 집의 문틀 위와 양 옆에 가축의 피를 바른다. 분대별로 모여있다 보면 분명히 빈 집도 생길 텐데, 거기는 굳이 안 칠해도 되는 것 같음. 또한 고기를 먹을 땐 누룩 안 넣은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누룩 안 넣은 빵인 무교병은 납작한 빵으로, 둥글거나 네모낳게 생겼다.

이때 고기를 삶거나 날로 먹으면 안 되고 반드시 구워야 한다. 머리, 다리, 내장, 다 불에 구워야 한다. 추측을 해보자면 식사 준비가 번거롭지 않게, 시끄럽지 않고 간편하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조리법이어야 했고, 배탈도 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월절 희생양을 표현한 모자이크 작품

또한 은신하기로 한 집에서만 먹어야 하고, 절대 집 밖을 나가지 말아야 한다. 고기는 다음 날 아침까지 다 먹고 남기면 안 됨. 남으면 불에 태워 없애야 함. 고기를 들고 나가서도 안 됨. 아마 고기 남는다고 아깝다고 나누려고 돌아댕기다가 학살조에게 걸리면 오인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 같다. 가축 뼈도 부러뜨리면 안 됨. 왠지 모르겠으나 은신한 주제에 시끄럽게 골수 좀 빨겠다고 뼈 탕탕 뽀개고 있으면 안 되었기 때문일까?

먹을 땐 신발 신고 허리띠 매고 지팡이 든 채로 급하게 먹어야 한다. 즉 사주경계하며 전투 식량을 먹는 탈주자 컨셉을 재현하라는 거임. 즉 인류 최초의 코스프레 페스티발인 것이다.

탈주자 코스프레의 날

이 날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계속 누룩없는 빵을 먹어야 한다. 뭔가 ‘으이? 누룩 든 빵 먹으면 아주 그냥 이스라엘에서 내쫓아 버리는 기다! 으디 혼자서만 맛난 빵 묵을라꼬? 고마 아예 첫째날부터 집 구석에 누룩 찌끄래기조차 안 보이게 다 치워뿌! 어? 느그들 조상이 급하게 도망치느라고 발효도 못한 납작한 빵만 먹어가매 개고생을 한 득택에 느그들이 태어나게 되는 긴데 그 고통을 유사체험 정도는 해바야제?’ 같은 거임.

양 잡고 피 바르고 직화한 전투 식량

또한 유월절 첫째날과 일곱째날에 모임을 갖는데, 이땐 음식 장만하는 것 외엔 다른 일을 해선 안 됨. 이걸 대대로 지키며 자녀들한테도 ‘야훼 프리덤!‘이라는 의미도 가르쳐 줘야 함.

치사하게도 고용한 일꾼이나 잠시 머무르는 이방인과는 유월절 음식을 나눠먹으면 안 됨. 돈 주고 산 노예는 할례 후에 먹게 할 수 있음. 이방인이 유월절을 지키려면 그 집안 모든 남자가 다 할례받은 상태여야 한다. 야레크의 신인 야훼다운 발상이다. 뭔가 나한테는 이 페스티벌의 이미지란 게, 가축의 피에 곧휴의 피에 아무튼 온 사방이 피천지임.

이게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꼭 지켜야만 하는, ‘자간 -5, 행간 160%, 폰트 사이즈 12, HY목판체L‘ 같은 페스티벌인 것이다.

(홍해 건너는 것까지 한 게시물에 다 써보려고 했는데, 보다보니 홍해 편에서 할 얘기가 엄청 많아서 다음 편으로 나눕니다. 내일 안으로 올라옵니다!)

9 Comments

  1. 유월절 사진이라면서 왜 못박힌 예쑤쓰의 팔이….? 앞뒤 볼 것 없이 튀는 와중에도 주방가면 꼬추가 떨어지는건 유대인도 똑같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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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근데 통제광적 면모라고 표현된 부분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신의 속성인듯… 어떤 부분을 찾아 읽어도 빠지지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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