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0. 조직 개편 후 빡시게 정관을 작성한 (주)야훼의 대표이사 모세

과거, 모세가 이집트에서 사람 때려 죽이고 미디안으로 도망쳤을 때, 그곳에서 십보라라는 여자와 결혼해서 게르솜이라는 아들도 낳고 정착했었다. 십보라의 아버지는 이드로라는 이름의 제사장이었다. (장인이 르우엘이었다가 이드로로 변하는 매직에 대해선 출애굽기 2편 참조)

모세가 이집트로 갈때 십보라도 따라갔다고 하더니, 어느 새 친정에 돌아가 있었던 모양이다. 대학살의 밤을 계획하던 모세가 처자식을 미리 친정에 돌려보냈던 걸까? 아니면 남편이란 양반이 나잇살이나 잡숫고선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쏘댕기니 속 터지신 십보라가 그냥 친정에 가 버린…?

아무튼 현재.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사위가 (주)야훼를 창립한 뒤 광야를 헤메고 있다는 말을 듣고 딸 십보라와 두 손자, 게르솜엘리에셀까지 데리고 찾아간다.

  • 참고로 모세의 두 아들의 이름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게르솜은 “내가 타국 땅에서 나그네가 되었구나”라며, 피난처(게레숀גֵּרְשׁוֹן)라는 단어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한편 엘리에셀(אֱלִיעֶזֶר: 도움의 하나님)은 “하나님이 나를 도우셔서, 파라오의 칼에서 나를 건져 주셨다”며 지었다고 함. 그러니 아마 엘리에셀은 이집트로 돌아간 이후에 낳은 아들인가 봄.

이렇게 이드로가 찾아왔을 때는 모세 무리가 하나님의 산 근처에 있었다고 하니, 얘네가 이미 시내산에 도착했을 때 일인 것 같음.

모세는 장인을 반갑게 환대하며 그간 무슨 일 있었는지 시시콜콜 털어놓는다. 이드로는 기뻐하며 ‘니네 신이 다른 어떤 신들(?)보다도 위대하다‘며 함께 번제와 희생제를 올리고 아론과 이스라엘 장로들도 불러 함께 파티한다. 잊을 만~ 하면 삐져나오는 이 다신적 세계관 어쩔 거임? ㅋㅋ

이드로는 미디안(아라비아 북쪽 지방으로 추측됨)의 제사장으로서, 그가 모시는 신은 분명히 야훼가 아닐 것임. 야훼는 아직 이스라엘 민족만의 부족신임. 성경에도 반복해서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신’ 혹은 ‘야곱 가문의 신’과 같은 구절들이 나오고 있음. 따라서 이드로는 그냥 사위를 격려하느라 ‘그래 그래 니 신이 우리 신들보다 높다‘며 둥기둥기 해 준 것 같다. 상냥한 할아버지임.

다음 날 모세가 하루종일 송사 업무를 처리하면서, 사람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꼬라지를 본 이드로가 일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 마디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민원 처리하는 레벨만도 못하다고 상상해 보셈.

하지만 장인어른, 문제가 생기면 제가 재판도 해주고, 하나님의 규례와 율법도 알려 주어야 하는데요.

이에 오랜 제사장 생활로 요령을 쌓은 이드로는 대표가 혼자 일 다하는 건 대표에게나 사람들에게나 양쪽 모두 좋지 않다며 간부를 뽑으라고 한다. 즉 모세는 규례와 율법 관련 문제를 담당하고, 천부장/백부장/오십부장/십부장 직위의 간부들이 작은 송사를 다루는 거임.

  • 간부들 : 동사무소 민원담당+지방법원
  • 모세 : 대법원+종교 및 헌법재판소

뭔가 이런 느낌임.

그 동안 엉망진창 마구잡이로 운영되던 (주)야훼는 드디어 선배 운영자 이드로의 조언으로 드디어 조직다운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쪼렙 ceo 모세를 멘토링 해준 이드로는 이제 역할이 끝나 집으로 돌아감. 덕분에 조직을 굴리는 방식을 좀 더 알게 된 모세는 정관의 필요성을 떠올린 듯 하다.

조직이란 건 마구잡이로 되는 게 아니구먼!

마침 시내산 (마운튼 시나이)에 도착한 것이 이집트를 떠난지 딱 석달이 지난 날이었음. 이들은 르비딤을 떠나 시내 광야로 들어와 시내산 앞에 진을 친 상황이었다.

1. 시내산 첫 미팅

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 답게 등산을 하고 싶어지셨는지 뜬금없이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자, 야훼는 모세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이집트에서 하는 거 봤제? 내가 새끼 나르는 에미 독수리마냥 느그들 여기까지 데려온 것도 봤제? 이제 마 다 필요없고 내 말 잘 듣고 나랑 했던 약속 잘 지키기만 하면 느그들을 내 보물로 여길 거라. 다른 땅들도 다~ 내 나와바리지만, 그 중 느그들만 특별히 내를 모시는 제사장의 나라가 되는 기고 거룩한 민족이 되는 기다.”

산을 내려온 모세가 이를 전달하자, 백성들은 대번에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한다.

2. 시내산 두 번째 미팅: 쑈 기획

모세는 백성들의 결의를 다시 야훼에게 전달하러 올라간다. 그런데 야훼는 뜬금없이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한다.

야, 모세야. 내가 짙은 구름 속에서 나타나서 너하고 대화하면, 사람들이 다 네가 하는 말을 믿겠지? 사람들이 너 믿게 하려고 내가 이러는 거임.

아니, 잠깐 모세의 보고를 먼저 들어 봐. 이미 애들이 말 잘 듣겠다잖어;

그리고 무슨 신이 선지자 걱정해서 일부러 사람들 앞에 등장해주는 쇼까지 기획하고 있지? 야훼 본인이 민족의 신으로서 어떻게 더 브랜딩해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할 판국에 모세 정당성 챙겨주느라 이벤트 기획하시는 거 졸 웃김ㅋㅋㅋ 이 시기에 굳이 모세 정당성을 챙겨주는 이벤트를 했다는 것 자체가, 막상 야훼보다 샤먼으로서의 모세의 지위가 더 불안한 상황이라는 방증 같음. (아론과 모세의 역할이 겹친다거나)

자신도 신뢰받고 모세도 신뢰받게 할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구름 사이로 나타나든,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떨기나무가 불타는 모습으로 나타나든, 아무튼 모두가 보이는 때 등장해서 다 듣는 데서 “모세가 내 선지자다” 하면 끝나는 거 아님? 왜 수줍은 길냥이처럼 낯익은 사람 한 명에게만 보이려는 거임? 왜 모세를 구름 속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설정의 복화술사처럼 만듬?

아무튼 모세가 (이벤트는 감사하긴 하지만 굳이 그런 거 안 해도 이미) ‘애들은 시키시는 대로 하겠답니다‘하며 뒤늦게 야훼에게 전달한다. 그럼에도 야훼는 무의미한 쑈를 캔슬하지 않고 강행하기로 한 듯, 모세에게 시켜 몇 가지 의식을 준비하게 한다.

오늘 내일 깨끗하게 옷도 빨고 청소도 시켜라. 내가 셋째 날 애들 보는 데서 내려간다. (니 콧대 세워주러 가는 거임) 넌 백성 둘레에 경계선 정해서 넘어오지 못하게 해라. 산으로 올라오지도 말고, 산기슭 밟지도 말고, 어!? 밟으면 바로 뒤진다? 밟는 놈 있으면 손 대지 말고 돌을 던지거나 화살 쏴서 죽여라. 사람이건 짐승이건 살려두면 안 됨. 하지만 나팔 소리가 들리면 올라와도 된다.

아무래도 누가 산에 올라올까 봐 어지간히도 겁이 났나 봄. 사람이든 가축이든 붙잡는다고 여럿이 덤비다가 그들에게 실체라도 들통날까봐서인지 접근하지 말고 원거리 공격으로 죽이라며 신신당부 하고 있음.

돌아온 모세는 사람들에게 위 지시사항을 알려주며 추가로 이틀 동안 정결을 요구하며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다. NLT 버전에서 그냥 sexual intercourse를 하지 말라고 되어 있기에 한국어로 옮기면서 습관적으로 남성 주체로 번역된 건 줄 알았는데, KJV를 보니 정말 wives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히브리어 버전을 보니 여기에도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문자 그대로 적혀 있음. 이에 해당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אַֽל־תִּגְּשׁ֖וּ אֶל־אִשָּֽׁה 알 틱게슈 엘 잇샤

이것을 인칭을 다 살려 번역하면, (남자들을 직접 2인칭으로 가리키며) ‘너네들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아라‘가 됨.

여자가 뭐 되게 더러운 건가 봄 ㅋㅋ 하여간 종교적 발상이란 것들은 왜 항상 섹스를 겁냄? 대체 섹스랑 정결이랑 무슨 관계임?

그리고 항상 존내 진지해지면 엄근진하게 곧휴 거는 습관도 그렇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려면 곧휴 까야하는 규율도 그렇고, 정결해야 하는 순간에 여자를 멀리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남자만 신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 같은데 대체 현대 여성 신자들은 이런 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거임?

뭐 이스라엘 여자들이야 ‘민족의 신앙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자리에 있는 것이 사회가 민족의 여성에게 부과한 의무’로 살았을 거임. 더 읽어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이스라엘 여성들도 딱히 하나님의 백성으로 받아들여진 게 아닌 듯 함. 남자를 종교적 의인으로 만들기 위해 강간범에게 던져지는 장치로 쓰일 뿐 스스로 의인이 될 수 없듯이 이스라엘 여성은 신앙의 주체인 적이 없음. 대체로는 신의 백성을 낳는 역할만 기대받음. 종교가 신자에게 요구하는 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그냥 민족사회가 요구하는 걸 수행하는 도우미인 거임.

그러니 이스라엘 민족도 아닌 여성들은 근본적으로 신자가 되는 것 자체가 더더욱 불가능함. 생각해보셈. 곧휴도 못 깔 뿐더러, 여성이 여성인 자신을 멀리할 방법 따윈 없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읽다보면 그냥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비신앙적이며 반신앙적이며 신앙의 부정 그 자체임ㅋㅋㅋ 그렇다면 여성 신자의 자의식은 대체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 거임? 신앙에 가까이 갈수록 필연적으로 더 세게 밀려나는, 신앙을 긍정할수록 자신이 부정되는, 마치 한 점에 플러스 마이너스 양 극이 모인 것마냥 존재 소멸급 자기 부정 아이러니를 신앙의 힘으로 한 몸에 우겨넣고 어떻게든 버텨나가는 거임?

요약하면, 신자가 되는 건 남성만이 가능한 이 종교에서 남성 신도를 돕거나, 가끔 남성 신도가 신에게 다가가고 싶을 때 더러운 역을 맡아 부정 당하는 것이 여성 신도의 역할인 거임? 그렇다면 여성은 신도가 아니라 남성 신도의 응원자인 거 아님? 뭔가 유사-신도 같은 거임?

아무튼 드디어 셋째 날. 산 위에 짙은 구름이 끼면서 천둥과 번개가 침. 이어서 굉장히 큰 나팔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에 순진한 고대인들이 덜덜 떰.

아이구 이게 무슨 일이여!

모세는 두려워하는 고대인들을 끌고 나와, 산기슭 앞에 세운다. 시내산 꼭대기의 불속에서 야훼가 나타났다는 설정이라, 시내산은 연기로 자욱한 채 크게 진동하고 있음. 산에서 솟는 연기는 마치 화로에서 나는 연기 같았다고 함. 아니 뭐 근데 화산 활동 중이었나 봄(?) 시내 산은 화산이었음?

나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모세가 말을 거니, 야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대답한다. 여기서 ‘하나님의 음성‘으로 대답했다는 구절이 매우 애매함. 맥락상 그냥 모세가 뭐라뭐라 한 뒤 가만히 기다리다가, 화산 활동 하느라 우르릉 울리면 ‘저 봐라 하나님의 음성으로 대답하셨다‘ 이러고 있는 것 같음.

그냥 화산 아녀? 쉿! 신의 음성이래잖어!

3. 시내산 세 번째 미팅: 아론 데려와라

모세가 또 산 꼭대기로 올라가 야훼를 만났더니, 야훼는 다른 백성들은 못 들어오게 하라며 또 예민하게 군다. ‘제사장이라고 해도 자기에게 가까이 오려면 정결해야 한다‘고 한다. 안 그러면 다 쳐죽이겠다고 함.

모세가 그럴 일 없다며 안심시키자, 야훼는 내려가서 아론만 데려오라고 시킨다. 다른 제사장들과 백성들은 여전히 못 오게 함. 행여나 산기슭이라도 넘어오면 다 쳐죽인다며, 영역 침범 당한 미어캣마냥 예민함이 하늘을 찌른다. (아깐 제사장들은 깨끗하기만 하면 올 수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우리 제사장들 옷도 빨아입고 이틀이나 노섹스 상태인데도 안 데려감ㅠ)

지금부터 모세가 몇 회나 올라갔다 내려왔는지, 프로세스가 겁나 애매하다. 이런 식으로 성경의 편집이 엉망일 때마다 내 분노는 풀차지 됨. 일단 성경에 적힌 순서대로 써보겠음. (너무 길기도 긴데다가 딱히 중요하지도 않으니 후루룩 읽으시길 바람)

지금까지만 요약해도, 모세는 혼자 세 번을 올라갔고, 세 번째 올라갔을 때 ‘아론만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이에 모세는 아론을 데리러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상황을 전달한다.

4. 시내산 네 번째 미팅: 아마도 십계명(?)

그러더니 아론 데려오라는 명령을 씹고 또 지 혼자 올라갔는지 갑자기 십계명스러운 걸 받는다. 그리고는 어느 새 다시 내려왔는지 백성들이 겁먹고 ‘우린 가까이 가면 죽을 게 분명하다‘며 모세더러 ‘너 혼자 올라가라‘고 미루는 장면이 나온다.

5. 시내산 다섯 번째 미팅: 기타 법률

모세는 아론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재차 씹고 또 지 혼자 기어올라가서, 이번엔 십계명 외의 제단법, 노예법, 폭력에 관한 법, 소유자에 대한 책임법, 배상법, 도덕과 종교에 관한 법, 정의와 복지에 관한 법, 안식년과 안식일에 관한 법, 무교절, 맥추절, 수장절을 지킬 것, 길 안내 천사 하나 보낼 테니 말 잘 들으란 잔소리, 다른 지방 신 믿지 마라, 내가 너희 돌볼 것이다, 약속된 땅에 가서 다 내쫓고 차지해라 등 여러 법률 및 잔소리를 잔뜩 받는다. 잔소리를 끝낸 야훼는 이번엔 아론 말고도 나답, 아비후, 장로들 70명까지 데리고 오고, 여전히 나머지는 절대 가까이 오지 말라고 시킨다.

아론: 모세야 나 좀 데려가…

아무래도 모세는 지금까지 혼자 처리하던 송사들을 한 번 정리할 필요를 느껴서 그걸 정리하여 법전을 만드려고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이스라엘 인들에게는 ‘예전에 모세라는 양반이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받아온 거여‘하며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관습법이 이미 있었는데, 바빌론 유수 이후 꼰대들이 ‘남의 나라 신 좀 믿지 말라고‘를 군데군데 처발라가며 기록한 게 아닐까 함.

아무튼 다시 내려온 모세는 산 밑의 사람들 앞에서 지금까지 받아온 그 긴 법규와 잔소리들을 말로 일일이 다 전한 뒤, 그걸 손수 기록하고 하룻밤 잠. 아침에 일어나 이스라엘의 12지파 기둥을 세우고 번제와 화목제를 올리고, 제물의 피를 받아서 절반을 제단에 뿌린다. 이어 모세는 어제 자기가 기록했던 언약의 책을 또 낭독한다.

친애하는-하는-하는 야훼 국민학교-학교-학교 어린이 여러분-러분-러분… 어제 말로 했지만-지만-지만 이왕 글로 기록했으니-으니-으니 또 한 번-번-번 읽겠읍니다-니다-니다…

그런 뒤 나머지 절반의 피를 백성들에게 뿌린다.

어메 시벌! (제 머릿속 비슷한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6. 시내산 여섯 번째 미팅: 장로들 데리고 회식함

드디어 아론, 나답, 아비후, 장로 70명과 다시 올라감. 올라가서도 모세 혼자 야훼한테 가까이 가고 나머지는 멀찍이 떨어진 상태에서 야훼와 함께 먹고 마심. (그리고 내려온 모양임.)

7. 시내산 일곱 번째 미팅: 돌판 + 추가 법률

그러고도 야훼는 또 할 말이 남았는지 모세더러 다시 올라오면 몸소 돌판에 기록한 율법과 계명을 준다고 함. 그래서 모세는 아론에게 조직 관리를 맡기고, 자신은 부관 여호수아와 함께 둘이 또 올라감. 올라가니 구름이 엿새 동안 산을 덮음. 그런 상태로 야훼는 엿새 동안이나 산 중턱에 올라온 모세를 방치플하시더니, 7일 째가 되어서야 구름 속에서 모세를 부름. 모세는 구름을 뚫고 산 꼭대기로 올라가 40일이나 머무름. 야훼는 전에 했던 잔소리로는 부족했는갑지 이젠 제사 관련 예법을 지시한다. 이러저러한 예물을 바치게 하라는 말과, 언약궤를 이러저러하게 만들 것과, 제사상 차리는 법과, 이러저러하게 생긴 등잔대를 만들 것과, 성막 어떻게 만들지, 제단 어떻게 만들지, 성막 뜰 울타리를 어떻게 칠지, 등불을 어떻게 관리할지, 제사장 예복을 어떻게 해입힐지, 제사장 가슴에 뭘 달지, 제사장의 다른 예복은 뭘로 할지, 제사장 위임식을 어떻게 준비할지, 매일 어떻게 번제를 드릴지, 분향단을 어떻게 만들지, 인구 수대로 세금을 어떻게 거둘지, 제안 앞에 손발 씻을 물을 담는 놋대야를 어떻게 만들지, 거룩하게 구별하는 향유를 어떻게 만들지, 가루향을 어떻게 만들지, 회막과 기물을 만들 기술자로 누굴 시킬지, 안식일을 지킬 것 등을 추가로 말한 뒤 손수 돌판에 쓴 증거판을 두 개를 준다.

40일 동안이나 안 내려오다니, 모세 새끼 그냥 우리 놔두고 튄 거 아님?

그리고 40일 동안의 잔소리로 귀에서 피가 나는 상태로 돌판 두 개 들고 내려온 모세에게, 금송아지 반역이 일어난 것이다.

그나저나 규율받는 단계를 보면, 처음엔 혼자 올라갔다와서 사람들과 제사 한 번 지낸 뒤, 다음 날 선택받은 몇 명 데리고 가서 산에서 회식하고, 세번 째엔 여호수아만 데리고 올라가서 돌판 만들어 온 정도로 편집했으면 딱 좋았을 뻔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최소 두 세 명 이상이 지가 아는 대로 썼고, (제사장들은 못 가고 아론만 간 버전, 제사장들과 같이 간 버전 등이 뒤섞인 듯) 후일 이걸 하나로 묶을 때 반복되는 부분은 편집하지도 않고 그냥 연달아 이어붙임으로써, 모세를 마치 시내산 트래킹에 미친 등산 광인처럼 만들어 놓음.

그리고 무슨 십계명은 십계명이여, 졸라 많구먼?!

게다가 십계명이란 말 자체도 없잖여!

계명과 율법과 가이드라인과 잔소리가 전혀 구분되지 않고 졸라 많은데 그나마 처음 나오는 계명이 제일 간소하니, 그걸 열 개의 항목으로 간추려 놓고는 십계명이라는 식으로 대충 합의본 것 같음

그러니 모세가 가지고 내려온 돌판은 개조식으로 딱 열 개만 추린 계명이 적힌 게 아니라, 존나 잔소리가 많은 거였을 거임. 40일을 그걸 쪼느라 개고생을 했을 건데 내려오니 금송아지 파티를 벌이고 있으니 열이 받겠음 안 받겠음? 모세가 깨빡칠 만 했음 ㅇㅇ

하 진짜 쓸 거 겁내 많네

댓글 12개

  1. 40일동안 부관이랑 둘이서 쫌쫌따리 석공일 하고 있었는데 내려와보니…(생략)… 이 불경한 자가-! 한 이유가 있었군요….. 깨고나서 아이고 이걸 언제 다시 만든담ㅠ 하고 내적울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모쉐쓰 트래킹을 좋아한다니 정말 상사의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 오늘 포스팅 본 감상으로는 잘 하는 특기 살려서 무대 예술 연출가로 가지는 뭣한다고 쓰잘머리 없는 샤먼 대표가 되서 안봐도 될 욕을 보는지…. 이미 돌아가신 모쉐쓰 이집트 어머니 대신 등짝 좀 때려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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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줍은 냐옹이라니 그 한마디로 여태까지 야훼의 패악질이 다 이해가 가버리고 난… 그래 고양이면 그럴 수 있지. 갓-냥이는 진리 아니여!
    어제 말로 했지만, 글로 적었으니 기왕 한 번 더 읽는다는 데서는 국민학교 출신의 깊은 빡침이….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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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쯤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성경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들에게 이 성경은 무지막지한 불합리함으로 가득 차있어 이것을 다 이해하려 시도한다면 마치 머리가 터져 하얀 분수가 솓아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어메 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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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ㅠㅜㅜㅜㅜ 불신자님 제발…. 언젠가 이북 내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ㅠㅜㅜㅜ… 부조리한 부분 딱딱 짚어주실때마다 그저 감탄 뿐… 불신자님이 너무 말을 잘 하셔서 제가 드릴 말씀이 없고 그냥 이북 내주시면 조용히 지갑열게요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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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딱히 이걸로 돈을 벌 생각은 없지만 (이걸로 돈을 벌면 제 직업을 남에게 말할 때 성경연구가라고 말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모세5경까지는 끝내고 항 번 묶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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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번 편도 정말 한줄한줄 명문이네요 이렇게 재밌고 깔끔하고 유익하고 유쾌하고 멋진 글이 또 있을까요ㅠ 건필하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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