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 신혼 부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남

야훼신이 선악과를 먹으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다들 알다시피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은 결국 유혹에 빠져버린다.

근데 뱀의 유혹이라고 알려진 대사가 의외로 구구절절 정직했던 것이 웃김 포인트.

‘읭? 그거 먹어도 죽는 거 아님;; 열매를 먹고 눈이 밝아지면, 선과 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처럼 되기에 그렇게 말하신 거임’

  • 일단 열매 자체로는 죽지 않음 (O)
  • 눈이 밝아져서 선악을 알게 됨 (O)
  • 선악을 알면 하나님처럼 될 가능성이 있음 (O)

뱀 등장 전부터 ‘뱀은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서 가장 간교하였다’라고 쓰여있음에도, 막상 등장한 뱀의 첫 대사부터 팩트임.

하나님이 직접 악이란 존재를 직접 만드셨느냐 아니냐로 머리 깨지게 고민했던 중세 신학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생각보다 간교하진 않았지만 여튼 간교한 뱀놈’ 정도는 직접 만드신 게 맞는 듯.

왜 먹었냐고 물어보니,

아담 : 님께서 내 짝이라고 만들어준 여자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다. (야훼의 중매 탓과 여자 탓)
하와 : 뱀이 꾀어서 먹었다. (야훼가 만든 뱀 탓)

여튼 최초의 인간들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야훼가 노해서 범인 셋에게 각각 선고를 한다.

  • 뱀 – 배로 기어다녀라. 여자랑 대대로 원수가 되어, 언젠가 여자한테 네 자손의 머리통이 박살날 거고, 뱀은 여자 자손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것.
  • 여자 – 임신 출산이 고통스러울 것이고, 남편을 지배하려 해 봐야 남편에게 다스려질 것임.
  • 남자 – 수고하고 땀 흘려야 땅에서 나는 걸 먹을 수 있을 것. 땅이 너 때문에 저주를 받아서 시원찮은 거나 생산될 거임. 너는 흙에서 왔으니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언젠간 흙으로 돌아갈 것. 흙에서 왔으니 흙을 가는 노동을 해라.

여자한텐 딱히 흙으로 돌아가란 저주는 안 했는데 왠지 남자랑 똑같이 목숨이 유한해졌다.

아무튼 선악과를 먹으면 죽게 될 것이라는 말은, 선악과에 독 같은 게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인간을 죽는 존재로 만들겠다는 그런 뜻이었나 봄.

야훼 : 저 열매 먹으면 죽게 되니까 먹지 말렴.
아담 : 아, 열매에 독이 있나 봐요?
야훼 : 아니 내가 죽임

?

이게 끝이 아니다.

저주를 그렇게 줘놓고는, 또 굳이 에덴에서 쫓아낸다. 그것도 벌의 일환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딱히 그런 언급은 없고, 그저 에덴에 생명나무란 게 있는데 그 열매를 따 먹을까봐서일 뿐이다.

에덴에 있다는 생명나무

“인간들이 선악을 알게 됨으로써 ‘우리‘처럼 된 마당에, 생명나무 과일까지 따 먹고 영원히 살면 안 되니까’ 라고 쓰여있음. 그나저나 ‘우리’가 누구임?

신과 천사? 아니면 신들? 유일신이라며. 아니면 v장엄복수형v인데 번역 오류? 번역성경도 무오류라며?

그리고 애초에 인간이 신이나 천사처럼 되면 안 되는 이유는 뭔데;
신이라는 존재는, 그저 [선악 분별력+영원한 목숨] 정도면 바로 조건 충족하는 그런 존재에 불과할 뿐인가?

다 떠나서 그냥 생명나무만 좀 어디 다른 데다가 갖다 놓으면 안 됨? 아니 애초에 인간을 위해 지었다는 에덴에, 인간이 먹으면 안 되는 나무를 굳이 두 개씩이나 갖다놓은 이유가 뭐임?

처참할 정도로 수준 낮은 해석…

여기저기 찾아보니,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선악과를 따 먹는 죄를 선택할 것에 대해서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하던데, 그럼 두 번째 나무는 따먹을까봐 전전긍긍 내쫓는 건 또 뭐야. 왜 두 번째는 그놈의 자유의지 안 주고 급하게 강제력 동원하는 거임?

여튼 생명나무란 건 한 번 심었다 옮기면 즉사해버리는 예민한 수종인지, 옮기지는 않고 인간들이 몰래 따먹으러 올까봐 에덴의 동쪽에 시큐리티 세워 놓음. 동쪽이 에덴의 입구인 듯.

케루빔(그룹 천사라고 하는)이라는 천사들과 뱅글뱅글 도는 불칼로 막아놨다고 한다. 결국 사람 살라고 공들여 만든 곳에 사람은 내쫓고 나무 재배하고 있음.

케루빔이 입구컷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 따 먹기만 하면 영원히 사는 생명나무란 게 아직 에덴에 있다는 것이다. 굳이 시큐리티 세워서 침입을 막았을 정도라고 하니, 생명나무란 것은 그냥 없애버려도 안 되고, 어딘가 옮기거나 천국으로 환수할 수 없는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에덴은 어디 있는가?

창세기에 보면,

‘강 하나가 에덴에서 흘러나와서 동산을 적시고, 에덴을 지나서는 네 줄기로 갈라져서 네 강을 이루었다. 첫째 강은 비손인데, 금이 나는 하윌라 땅을 돌아서 흘렀다. … 둘째 강의 이름은 기혼인데, 에티오피아 땅을 돌아서 흘렀다. 셋째 강의 이름은 티그리스인데, 앗시리아의 동쪽으로 흘렀다. 넷째 강은 유프라테스이다(창2:10-14, 새번역).’ 라고 되어 있다.

  1. 비손 – 하윌라 땅을 돈다.
  2. 기혼 – 에티오피아 땅을 돈다.
  3. 티그리스 – 앗시리아의 동쪽으로 흐른다.
  4. 유프라테스

비손, 기혼 강은 어딨는지 모르고, 일단 정확하게 언급한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일 것 같다. 게다가 ‘앗시리아’를 언급하는 걸로 봐서, 아시리아 제국이 있었던 시기의 언급.

고 아시리아부터 신 아시리아까지 다 포함하면 대략 기원전 1900년대에서 기원전 600년대 사이쯤에 에덴에 대해 언급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언급된 에티오피아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의문스러워서 찾아봤더니, 현대의 에티오피아가 아니라 이집트 남쪽, 아프리카의 누비아 지역이라고 함.

다른 사람들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에덴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 한다고 하니, 생명나무를 따 먹으러 가보라고 쓰고 싶은데, 에덴이 지금은 망하고 없어졌다는 글을 발견함…

그거 망할 동안 케루빔 자식들은 뭘 한 거임? 불칼로 쥐불놀이라도 한 거임? 생명나무라는 걸 지킬 생각이 있긴 했어? 생명나무가 그냥 없어져도 되는 거였어?

칼퇴만 생각하고 있는 의욕없는 눈빛의 케루빔 천사

인간을 쫓아내고 에덴을 없애기 전까지만 딱 지키게 한 거라면 설명이 된다는 글도 봤는데, 뭐 신씩이나 되어서 이삿짐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아닐 것이고…

이렇듯 사건에 개연성과 필연성이 떨어져서 점점 보충 설명이 늘어나고 해석이 창작 이상의 수준이 되면서 앞뒤가 궁색해지는 걸 바로 ‘세계관 설정 구멍’이라고 부른다.

덧) 여기에 하도 장엄복수형이니 삼위일체론이니 하는 말들이 많아서, 그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한 글 (신을 복수형으로 칭하는 문제)

댓글 12개

  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에덴의 위치에 대해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는데요. 만약 성경의 세계관을 진실이라고 이해한다면, 노아의 홍수 이후의 티그리스와 유프라데라는 지명이 홍수 이전의 같은 위치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홍수가 워낙 거대해서 지구가 다 잠겼다고 주장하던데, 그렇다면 지형도 많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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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홍수는 모르겠지만 기후 자체가 변하는 바람에 티그리스 유프라테스의 물길이 꽤 이리저리 바뀌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메소포타미아 자체와 멀어지지는 않는 선에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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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 라는 표현이 삼위일체를 가르킨다는 설도 있기야 하지만, 대개는 신의 위엄을 표현하기위한 장엄복수형 어법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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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ㅋㅋ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부디 불신자 님처럼 재밌게라도 읽으면 좋겠네요. 애초에 적게 잡아도 2천년 전쯤 마무리 된 책인데 이렇게라도 재미를 살려서 읽어야지… 오늘부터 정주행/구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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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어차피 처먿은거 한두알만 더 먹엇스면 눈치를 잘 까서 남탓 않하고 쫏겨나도 저주는 않받앗을거시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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